우주 한복판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사방으로 펼쳐진 어둠이 시간을 가늠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오갈 데 없이 좁은 공간에 갇힌 탓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망망대해처럼 텅 빈 우주를 항해하는, 두 시간도 안 되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좁은 피난선에서는... 정말로 시간이 느리게 갔다. 지루하군. 토르가 이마를 문지르며 ...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 거다 로키는 간신히 눈을 떴다. 눈꺼풀에 추라도 달린듯 무겁기 짝이 없어 힘이 쫙 빠졌다. 그저 기운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인식하자 몸 구석구석으로 아픔과 피로감이 퍼졌다. 머리가 딩딩 쑤시고, 입은 버석거리고, 목은 욱신거리고. 남의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팔을 들어올리는 것마저 우스울 정도로 힘겨웠다. 천천히 눈을 깜빡거리면 반도 ...
“어떠세요? 저랑 커피라도 한 잔 하는 건?” 아니면 저번에 봤던 그 젤라또 가게에서 함께 젤라또라도 먹을까요? 토르는 연신 밝게 말했고 로키의 속만 타들어갔다. 침을 삼키는데, 꼭 염산을 마시는 것만 같았다. * “…….” 숨통이 콱 막혔다. 로키는 저를 향해 빛나는 파란 눈을 응시했다. 싫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책이고 나발이고 이 자리에서 뛰쳐...
공식적인 첫 변신 마법 –아기 때의 변신을 아는 것은 세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에 무사히 성공한 것을 계기로, 로키의 마법은 영역을 넓혀갔다. 변신과 환상은 비슷하면서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는 부문이었다. 로키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고 꾸미는 환상 마법에도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더 작은 어린아이일 적, 손에서 만들어낸 나비보다 배는 정...
둘째 왕자의 짧은 한마디는 서투른 두 마디로, 서투른 두 마디는 더듬거리는 세 마디로 늘어갔다. 로키는 천천히, 그러나 전보다는 빠르고 분명하게 자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토르나 프리가가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잘 가꾸어진 정원의 꽃 이름을 욀 수 있게 되었으며,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앙다무는 것으로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
삭풍이 유난히 매서운 날이었다. 요툰헤임의 죽지 않는 겨울바람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감히 저를 정복하려 드는 침입자들의 피부를 포 떴다.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들 사이로 새어드는 바람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기에, 전사들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신음했다. 얼어붙은 눈이 그들의 발아래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날붙이를 밟아 부수는 듯한 소리였다. 뾰족하고, 차갑...
악몽은 기억하기 때문에 악몽이 아니다. 때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악몽이 더 두려울 수 있다. 토르가 바로 그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 눈을 감으면 악몽이 따른다. 어둡고 춥고 먼지 냄새와 피 냄새가 나는 악몽. 하지만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무엇이 그를 뒤쫓는지는 알 수가 없다. 깨어나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까. 처음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염려했지만, ...
지독한 두통과 오한이 토르를 깨웠다. 토르는 흘러내린 이불을 끌어 올리며 억눌린 숨을 겨우 내쉬었다. 골이 울리고, 바다에 빠졌다가 막 건져지기라도 한 것처럼 팔다리가 얼어붙어 추웠다. 한없이 늘어지려는 팔을 힘겹게 끌어올려 이마를 짚자 언 손발과는 다르게 불덩이다. 펄펄 끓는 곳에 차가움이 닿으니 자연스럽게 한숨이 흘렀다. 기운도 없고, 이러다가는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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